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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포츠 투데이]엄마이기 전에 여자(2003.4.29)

한 1년 전쯤으로 생각된다.

진료실에 엄마와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 대학생이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들어왔다.

“아니,선생님. 얘가 고칠 데가 어디 있다고 자꾸 수술을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? 정말 자기 조카라고 생각하고 얘기 좀 해주세요. 아이 속상해…. 내가 아주 얘 때문에 미쳐요.”

“선생님,저 쌍꺼풀하고 코하면 괜찮겠죠? 엄마는 말이 안 통해요. 아이 짜증나.”

“야,그 정도 얼굴로 낳아준 걸 고맙다고나 생각해.”

“엄마는 이 얼굴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?”

한 20분 동안 나는 한마디도 못 했다.

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수술로 인상이 많이 호전될 것 같은데 말을 할 분위기가 아니고,설령 잘못 말했다가는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 같아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.

그런데 내가 보기에 진짜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엄마였다.

눈밑에 지방이 늘어져 불룩한 것이 심술보가 달린 것 같았고,눈밑은 물론 윗눈꺼풀도 많이 처져 있었다.

사태가 진정된 뒤에 본격적으로 상담을 하고 내 의견을 피력한 다음 엄마에게 눈 아래와 위를 수술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슬쩍 물었다.

그러자 엄마는 자기가 계속 생각해 오던 것이라면서 굉장한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.

그러자 진료실은 다시 전쟁터로 변했다.

“지금 누구 상담하러 온 거야. 나도 선생님하고 얘기 좀 하자,엄마.”

“가만 있어 봐. 지금 얼마나 중요한 얘기를 하는데…. 조용해.”

“자꾸 이러면 아빠 부른다.”

“몰라. 조용해.”

퇴근 시간은 지났고 몸은 피곤한데 여전히 아무 말 못 하고 가만 있었다.

솔직히 짜증은 났지만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다.

우리 이웃들이 부모 자식간에 알콩달콩 살아가는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속으로 웃기도 많이 웃었다.

결국은 두 사람 다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병원의 간호사와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러 진료실을 나섰다.

나도 약속 시간이 늦어 병원을 막 나서려는데 또 높은 음성이 상담실에서 들려왔다.

“내가 먼저 할게. 너 좀 기다려.”

“싫어,내가 먼저 할 거야.”

“야,너는 위아래도 없냐?”

“지금 그런 말을 왜 해?”

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고 병원을 나왔다.

그리고 차에 타 혼자 웃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.

‘엄마도 부모이기 전에 여자고,딸도 자식이기 전에 여자구나.’

/ 정원성형외과 원장 www.jwbeauty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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